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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4

<토지 3부 제 3편 태동기, 1장 동행> .. 왜놈들이 문틈을 내어주지 않는 한. 어째 왜놈이 문틈을 만들어주겠나, 만들어주었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미 국토는 그들 손아귀 속에 있고 이제 그들의 자본은 완벽하게 뿌리를 내렸다. 농민의 대가리 수에 비하여 지주가 몇 놈 되겠나. 또 노동자들 대가리 수에 비하여 기업가의 대가리 수가 몇이나 되겠나. 그래도 모르겠어? 특히 기업에 있어서는 불리한 조건 영세한 자본이 유리한 조건 풍부한 자본을 대항해나가자면 누가 희생을 해야 하겠냐. 노동자야. 피땀을 싸게 팔아야 하고, 피땀을 더 흘려야 하는 길밖에 없어. 몇 놈 살찌는 것으로 합방 시의 양상이 그대로 되풀이 되는게야. 심각한 분열의 씨앗이 생기는 거지. 경제적 독립, 혹은 민족자본의 육성, 거룩한 대의명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를 혹사하며 착취한다.. 2022. 6. 24.
<토지 3부 제 3편 태동기, 1장 동행> ‘둘째, 매국노, 반역자, 친일파, 그런 자들도 있는데 내가 하는 일쯤, 하고 백성들 양심에도 타협의 소지를 마련하거나 또 힘이 약화됨을 느끼며 체념하는 것으로써 그나마 나는 깨끗하다는 자위에 빠져버린다. 만일에 그들이 매국노가 아니었더라면, 반역자가 아니었더라면, 친일파가 아니었더라면, 유화책의 올가미를 쓰지 않고 총칼에 쓰러졌다면 쓰러진 그 자체가 힘이었고 분노의 불덩어리는 똘똘 뭉쳐서 왜놈들 진지로 굴러갈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게 되는 거지.’ 쓸개 빠진 놈들은 3.1 운동 때문에 왜놈들이 혼비백산하여 유화정책을 쓰게 됐다면서 뭐 하나 따낸 듯 말하지만 어림없는 소리. 총칼보다 그놈의 유화정책이라는 게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어. 우리 합방시의 일을 생각해보자. 소위 매국노, 반역자,.. 2022. 6. 24.
<토지 3부 제 3편 태동기, 1장 동행> 선우신은 손발이 꽁꽁 묶인 채 스미다가와 에이타이바시 밑으로 수없는 시체가 떠내려가던 광경을 생각한다. 연무장에서는 기병들이 총성에 놀랄 이웃을 고려하여 수용한 조선사람들을 칼로 베어죽였다는 것이며, 임산부의 배를 가르고 울음 터뜨리는 태아까지 찔러 죽였다는 소문을 생각한다. 계엄령을 편 일본정부는 조선인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곳곳에 집결시켜놓고 도리어 미친 군중에게 내어주어 집단살해를 감행하였다. 미친 군중은, 뿐인가, 버젓한 군인 경관까지 합세하여 호송 중의 조선인들을 대로에서 살육했으며 집합소를 찾아다니며 조선인들을 살육했다. 스미다가와에서 건져낸 시체 중에는 등에 업은 아이 말고도 양팔에 아이 하나씩을 껴안은 여자의 시체가 있었다고 했다. 그 숱한 죽음, 숱한 송장들은 누구인가. 방금 종종걸음으로 .. 2022. 6. 24.
<토지 3부 제 3편 태동, 11장 고백> 너무나 파격적인 제의가 아닐 수 없다. 명희나 상현이 다 같이 깜짝 놀란다. ‘불쌍한 것들,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이별주 한잔 부어준들 어떠랴.’ 임명빈은 예의 그 낭만적인 문학청년 같은 동경에 빠져가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는 신기루 같고 꿈같이 불가능한 일이지만 소위 플라토닉 러브에 대한 감미로운 비애를 그는 누이와 상현을 통해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 상현이 지껄여댔을 때 경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왕시 매부로 욕심내던 사내요, 명희 혼자 짝사랑했던 사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을 때 상현의 고백 아닌 고백, 그 말은 명희를 이해 만족스럽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다 흘러갈 것이요,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명희에게 실연의 쓰라림보다는 상대편도 명희를 사랑했었다는 추억은 아름다울.. 2022. 6.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