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놈들이 문틈을 내어주지 않는 한. 어째 왜놈이 문틈을 만들어주겠나, 만들어주었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미 국토는 그들 손아귀 속에 있고 이제 그들의 자본은 완벽하게 뿌리를 내렸다. 농민의 대가리 수에 비하여 지주가 몇 놈 되겠나. 또 노동자들 대가리 수에 비하여 기업가의 대가리 수가 몇이나 되겠나. 그래도 모르겠어? 특히 기업에 있어서는 불리한 조건 영세한 자본이 유리한 조건 풍부한 자본을 대항해나가자면 누가 희생을 해야 하겠냐. 노동자야. 피땀을 싸게 팔아야 하고, 피땀을 더 흘려야 하는 길밖에 없어. 몇 놈 살찌는 것으로 합방 시의 양상이 그대로 되풀이 되는게야. 심각한 분열의 씨앗이 생기는 거지. 경제적 독립, 혹은 민족자본의 육성, 거룩한 대의명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를 혹사하며 착취한다는 치명적 고질을 안고 있다는 것 그게 바로 총독부가 노리는 바요, 소극적인 방해는 인도와 같은 정신운동으로 번질 것을 고려하는 때문 아니겠나? ...
사실 일본은 사회주의의 물결에는 상당한 공포심을 가지고 대비하는데, 이번 겪은 진재(관동대학살)에 있어서 사회주의자와 조선인을, 폭발하려는 군중들 본능의 제물로 삼은 것을 예로 들어도 알 만한 일 아니겠나. 그들은 사회주의자들의 혼란을 틈 탄 폭동을 예상하고서 선수를 친 것이고 조선인은 군중들의 폭력에의 충동을 만족시키기 위한 순전한 미끼였고, 자네도 알다시피 사회주의자 오스기 사카에가 헌병에 의해 살해된 일만 하더라도, 하여간 머지않은 미래에 필연적으로 부딪칠 사태를 생각하여 불리한 조건, 영세한 자본인 조선기업자들에게 물산장려운동을 계기로 눈에 보이지 않는 젖줄을 물리면서 방패로 삼으려는.. 내 생각이 극단일까? 과연 극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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