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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3부 제 3편 태동, 11장 고백>

by 시네틱 2022. 6. 24.

 

너무나 파격적인 제의가 아닐 수 없다. 명희나 상현이 다 같이 깜짝 놀란다.

불쌍한 것들,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이별주 한잔 부어준들 어떠랴.’

 

임명빈은 예의 그 낭만적인 문학청년 같은 동경에 빠져가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는 신기루 같고 꿈같이 불가능한 일이지만 소위 플라토닉 러브에 대한 감미로운 비애를 그는 누이와 상현을 통해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 상현이 지껄여댔을 때 경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왕시 매부로 욕심내던 사내요, 명희 혼자 짝사랑했던 사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을 때 상현의 고백 아닌 고백, 그 말은 명희를 이해 만족스럽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다 흘러갈 것이요,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명희에게 실연의 쓰라림보다는 상대편도 명희를 사랑했었다는 추억은 아름다울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들은 헤어지면 언제 다시 또 만나게 될지 임명빈의 마음을 감상으로 몰고 간 것은 그의 성품상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 수신 도덕을 일러야 하는 교장으로 있으면서 임명빈은 도무지 문학청년적 기질만은 벗어던질 수 없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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