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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3부 제 3편 태동기, 1장 동행>

by 시네틱 2022. 6. 24.

 

선우신은 손발이 꽁꽁 묶인 채 스미다가와 에이타이바시 밑으로 수없는 시체가 떠내려가던 광경을 생각한다. 연무장에서는 기병들이 총성에 놀랄 이웃을 고려하여 수용한 조선사람들을 칼로 베어죽였다는 것이며, 임산부의 배를 가르고 울음 터뜨리는 태아까지 찔러 죽였다는 소문을 생각한다.

 

계엄령을 편 일본정부는 조선인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곳곳에 집결시켜놓고 도리어 미친 군중에게 내어주어 집단살해를 감행하였다. 미친 군중은, 뿐인가, 버젓한 군인 경관까지 합세하여 호송 중의 조선인들을 대로에서 살육했으며 집합소를 찾아다니며 조선인들을 살육했다. 스미다가와에서 건져낸 시체 중에는 등에 업은 아이 말고도 양팔에 아이 하나씩을 껴안은 여자의 시체가 있었다고 했다. 그 숱한 죽음, 숱한 송장들은 누구인가. 방금 종종걸음으로 역사를 향해 쫓기듯 가던 바로 그 백성들이다. 한민족의 구 할을 차지하고 있는, 차림새로부터 춥고 추운 얼굴의, 피와 땀 밖에 팔아먹을 것이 없는 그들, 그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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