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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3부2

<토지 3부 제 3편 태동기, 1장 동행> 선우신은 손발이 꽁꽁 묶인 채 스미다가와 에이타이바시 밑으로 수없는 시체가 떠내려가던 광경을 생각한다. 연무장에서는 기병들이 총성에 놀랄 이웃을 고려하여 수용한 조선사람들을 칼로 베어죽였다는 것이며, 임산부의 배를 가르고 울음 터뜨리는 태아까지 찔러 죽였다는 소문을 생각한다. 계엄령을 편 일본정부는 조선인을 보호한다는 구실로 곳곳에 집결시켜놓고 도리어 미친 군중에게 내어주어 집단살해를 감행하였다. 미친 군중은, 뿐인가, 버젓한 군인 경관까지 합세하여 호송 중의 조선인들을 대로에서 살육했으며 집합소를 찾아다니며 조선인들을 살육했다. 스미다가와에서 건져낸 시체 중에는 등에 업은 아이 말고도 양팔에 아이 하나씩을 껴안은 여자의 시체가 있었다고 했다. 그 숱한 죽음, 숱한 송장들은 누구인가. 방금 종종걸음으로 .. 2022. 6. 24.
<토지 3부 제 3편 태동, 11장 고백> 너무나 파격적인 제의가 아닐 수 없다. 명희나 상현이 다 같이 깜짝 놀란다. ‘불쌍한 것들, 다시 만나지 못하게 된다면 이별주 한잔 부어준들 어떠랴.’ 임명빈은 예의 그 낭만적인 문학청년 같은 동경에 빠져가는 것이다. 자기 자신에게는 신기루 같고 꿈같이 불가능한 일이지만 소위 플라토닉 러브에 대한 감미로운 비애를 그는 누이와 상현을 통해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에 상현이 지껄여댔을 때 경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왕시 매부로 욕심내던 사내요, 명희 혼자 짝사랑했던 사내라는 것에 생각이 미쳤을 때 상현의 고백 아닌 고백, 그 말은 명희를 이해 만족스럽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다 흘러갈 것이요, 이루지 못한다 하더라도 명희에게 실연의 쓰라림보다는 상대편도 명희를 사랑했었다는 추억은 아름다울.. 2022. 6. 24.